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주던 공간, 전통시장을 찾는다.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장소를 넘어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과 추억이 쌓인 특별한 공간으로, 음식·사람·세대가 뒤섞이며 살아 숨 쉬는 생활의 장이다.
순천 웃장 돼지머리국밥
전라남도 순천시 동외동과 풍덕동의 순천 웃장과 아랫장은 조선시대부터 전국 장사꾼들이 모여든 역사 깊은 장터다. 1800년대 순천부에는 두 개의 장이 있었는데, 성 안의 웃장은 양반들이, 성 밖의 아랫장은 서민들이 주로 드나들었다.
같은 지역의 장터지만 파는 물건과 먹거리는 달랐고, 양반들이 찾던 웃장에서는 국밥집들이 모여 오늘날의 ‘국밥거리’가 형성됐다. 담백하게 끓여낸 돼지머리국밥에 순대와 수육이 넉넉히 곁들여 나오는 인심은 지금도 변함없다.
순천 아랫장 팥죽
아랫장이 서는 날이면 전국의 장사꾼들이 모여들어 순천시장은 북적이며 활기를 띤다. 동틀 무렵부터 장을 준비하는 상인들을 위해 2대째 팥죽을 끓여온 김미선(71) 사장님, 장돌뱅이에서 시작해 지금은 아랫장의 대표 전집을 운영하는 김정주(81) 사장님 등 시장 사람들의 삶도 장과 함께 흘러왔다.
순천 아랫장 명태대가리전
전집에서는 명태 한 마리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없이 알뜰하게 요리한다. 명태대가리전, 고소한 명태껍질전, 뜯어먹는 재미가 있는 갈빗살전, 그리고 시장 인심이 듬뿍 담긴 명태내장탕까지. 저렴하면서도 정성이 가득한 순천시장의 맛은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